
구글 안드로이드 부분 임원 (VP) 으로 2013년 까지 근무하고 샤오미 부사장을 거쳐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메타 VP로 오큘러스 CEO로서 메타 VR 사업을 이끌었던 휴고 바라 (Hugo Barra) 가 최근 #애플 비전 프로 에 대해 장문의 블로그를 남겼습니다.
🔗 Hugo’s Blog about Vision Pro : https://hugo.blog/2024/03/11/vision-pro/
분량이 일반적인 블로그를 아득히 뛰어 넘는 수준인데요. 너무 긴 글임에도 요약하고 생략하기에는 좋은 내용이 너무 많아 원글의 많은 부분을 의역해서 적어보았습니다. 휴고바라 님에게 본 내용을 전달하고 확인도 받았어요. ❤️ 참고로 약간의 제 코멘트는 IMO (In My Opinion) 로 표시하였습니다.
휴고 바라는 실리콘밸리에서 주목 할 만한 커리어를 가지고 계셨고 또 메타 오큘러스 사업의 리더로 지내셨던 분 답게 지금 VR 비즈니스를 매우 깊이 이해하고 또 애플 상위 레밸에서 어떤 전략적인 결정이 있었을지 해당 레밸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추측했기 때문에 담고 있는 인사이트가 어마어마 합니다! 😮 그래서 이 글은 VR 산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한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글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휴고바라 님의 애플 비전 프로에 대한 리뷰와 비즈니스 적인 분석 살펴보시죠. 알찬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서 시간을 들여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을 거에요! 👍
개요
애플 비전 프로 출시 이전까지의 VR 산업은 명확한 북극성 ('Northstar') 이 느껴지지 않는 산업이었습니다. 이는 틈새 게이머 를 제외하면 모두가 믿는 비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애플 비전 프로가 출시한 지금은 VR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 그리고 더 많은 개발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VR 업계에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는 VR 업계 전반에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 제품 입니다.
휴고 바라는 2013년 Oculus Rift DK1 초기 후원을 시작으로 2020년 까지 VR 매니아로서 살아왔으며 Oculus (Meta VR) 수장으로서 메타를 이끌던 시절, 애플이 VR 에 진출하여 직접적인 경쟁자가 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농담을 자주 했을 정도로 이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이러한 경쟁은 마치 iOS 와 Android 가 서로 경쟁하면서 무한히 품질 향상을 (양방향으로!) 이끌었던 것과 같은 효과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VR 은 틈새 게이머 용 기술이 아닌 범용적인 공간 컴퓨팅으로서 전환이 일어날 것을 진심으로 믿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이 생태계에 대한 대중과 개발자들의 거대한 인식 변화와 호기심의 물결이 생길 때 가능합니다.
그리고 애플 비전 프로 출시는 이러한 일을 거의 정확하게 일어나게 만들었습니다.
Now it’s up to the industry to create enough user value and demonstrate whether this is in fact the future of computing.
이제 충분한 사용자 가치를 창출하고 이것이 컴퓨팅의 미래인지 입증하는 것은 업계의 몫입니다.
애플 비전 프로는 1) 실제 세계와 유리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는 느낌 을 제공하고 2) 매우 정밀한 시선 추적 시스템을 통해 “응시 + 핀치 UI” 로 초능력을 보유한 느낌을 주는데 성공함으로서 이러한 일을 해냈습니다.
VR 에서 이러한 기술에 필요한 하드웨어는 10년 전부터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이러한 것들이 마법처럼 자연스럽게 연결한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애플 고유의 능력 입니다.
IMO: 문득 저는 아이폰 첫 출시 키노트를 라이브로 봤었던 순간이 떠올랐어요. 지금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손가락으로 디스플레이를 터치해서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것은 사실 아이폰 출시 전까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었죠. 그리고 당연하게 스타일러스 펜 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리고 그 펜이 있어야만 사용가능한 스마트폰/PDA 은 결국 대중화가 될 수 없었죠.
본격적으로 애플 비전 프로에 대한 분석을 크게 하드웨어 측면과 소프트웨어 측면으로 나누어서 글을 구성했으며, 이 글에서 다루는 주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드웨어 측면
비전 프로는 과도하게 엔지니어링 된 "개발 키트"
비전프로 디스플레이의 우수성과 한계
비전 프로 다음 세대에서 예상되는 경량화 방법
소프트웨어 측면
4. 비전 프로는 흥미로운 앱이 너무 부족합니다.
5. 생산적인 작업 공간으로서 사용성 테스트
6.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전프로로 영상 시청을 지속하지 않을 것
7. 라이브 스포츠는 애플의 비밀 무기가 될 것 (하지만 긴 여정이 필요)
추가: 애플의 VR 진출이 메타 VR 에게 최고의 순간인 이유
하드웨어 측면
1. 비전 프로는 과도하게 엔지니어링 된 "개발 키트"
애플 비전 프로는 분명 너무 무겁지만 세상에 호기심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한 제품입니다.
비전 프로에는 애플이 의도한 경험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센서들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개발자 들이 오버 스펙을 통해 어디까지 기능을 밀어 부쳐서 활용할 수 있을지 애플도 정확히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테스트하기 위한 전형적인 1세대 제품의 특징 입니다.
과도한 스펙은 불가피하게 비전프로를 기존 VR 헤드셋보다 무거운 제품으로 만들게 되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1시간 이상 착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편하지만 타협하지 않고 과도하게 부풀려진 상태로 출시
애플이 편의성을 희생해서 까지 고스펙을 추구한 것은 애플 다운 전략이고 매우 훌륭한 선택
어차피 대중적으로 많은 판매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일반인에게는 매장 내 데모 등 짧은 시간 동안 최상의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에만 초점을 맞춤
대표적으로 기본 우븐 스트랩은 분명 루프 타입보다 불편함에도 기본 스트랩으로 제공함으로서 많은 언론 보도에서 보다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가진 우븐 스트랩을 통해 편하게 쓰고 벗을 수 있는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 시킬 수 있었음
이러한 점들을 통해 애플은 이 제품을 개발자들을 위한 키트 역할이면서 동시에 일반인에게는 향후 VR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상상과 기대를 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춘 제품으로 설정한 것이 분명합니다.
The Vision Pro is a devkit that helps prepare the world to receive a more mainstream Apple VR headset that could have product-market fit in 1 or 2 generations.
비전 프로는 향후 1세대 또는 2세대에 걸쳐 VR 헤드셋이 PMF 를 찾고 메인스트림이 되는 세상을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개발 키트 입니다.
2. 비전프로 디스플레이의 우수성과 한계
The existence of Vision Pro in 2024 is entirely a function of Apple managing to ship a first-of-its-kind ultra high-resolution display
2024년 비전프로의 존재감은 전적으로 애플이 최초로 초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출시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큘러스 VR 팀에서 항상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언제나 실망스러운 디스플레이 였습니다. 메타에서 출시한 모든 헤드셋, 심지어 최신 퀘스트3 까지도 픽셀 문제를 겪고 있으며 마치 VR에 들어오면 여전히 VGA 모니터를 쓰는 세상에 살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애플은 분명히 이 시장에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 기존 제품보다 훨씬 나은 것을 내놓아야 했고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VR 디스플레이를 재창조하는 것임이 분명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최소한의 출시 기준이었을 것은 분명합니다. 비전프로의 마이크로 OLED는 기존 디스플레이와는 제조방식이 완전히 다르고 디스플레이 보다는 반도체 칩 제조 방식에 더 가깝습니다.
비전프로의 총 픽셀수는 아이폰 15 프로 맥스 보다 6.38배 더 많고 인치당 픽셀수 (PPI) 는 7배 더 많습니다.

애플은 이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공급업체로 소니 및 SeeYA Technology 와 1년 독점권을 가지고 있고 이후 BOE로 대체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메타는 최근 LG와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이것이 퀘스트 프로2 출시 할 때 저렴한 가격에 유사한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제품을 런칭하기 위한 것이길 기대합니다.
애플은 픽셀 식별 문제를 해결하고 부드럽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디스플레이를 흐리게 만들었습니다.
VR 디스플레이는 픽셀이 눈에 인식되고 스크린 도어 효과 (SDE) (일명 모기장 현상) 가 있기 때문에 몰입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현재까지 모든 VR헤드셋은 본질적으로 이 문제 때문에 망했습니다. 애플 비전프로 디스플레이 역시 아직 개별 픽셀을 식별 불가능할 정도의 고해상도는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부록: 인간이 인식 불가능할 수준의 해상도가 되려면 PPD (1도당 픽셀수) 가 중요하며 일반적인 시력을 기준으로 60 PPD가 필요합니다. 비전 프로의 PPD 는 34이고, 메타 퀘스트 3는 25 입니다. 60 PPD 는 단기 뿐 아니라 중기적으로 현재 기술로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 입니다.)
그럼에도 애플 비전 프로를 썼을 때 개별 픽셀화나 SDE (Screen Door Effect) 가 전혀 없어서 신기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충격적이게도 (그리고 대담하게도) 애플은 의도적으로 초점을 약간 흐리도록 조정해서 픽셀을 숨겼습니다.
그래서 더 부드럽게 보이며 이 때문에 훨씬 해상도가 떨어지는 퀘스트3 보다도 고대비 그래픽에서 오히려 덜 선명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애플은 해상도를 포기하면서 까지 그래픽 전반에 걸쳐 훨씬 부드럽고 픽셀이 안 느껴지도록 하는데 집중했으며 이것은 확실히 애플다운 방식 입니다. 이로 인해 텍스트의 선명도는 손실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고해상도이기에 애플은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애플 다운 디자인 미학은 VR 하드웨어 설계에서 신선한 접근 입니다. 만약 오큘러스의 하드코어 엔지니어들이었다면 세상 끝까지 싸워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종류의 일이기에 메타에서 이러한 의도적으로 흐리게 만드는 헤드셋을 출시하는 건 절대 불가능 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LOL 😂 😂 😂
한편 안타깝게도 비전프로의 패스스루 모드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패스스루 모드에서 모션 블러와 이미지 품질 저하가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는 거의 결함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3. 비전 프로 다음 세대에서 예상 가능한 경량화 방법
애플 비전 프로는 일반 컴퓨팅 용 M2 칩 (2022년 출시 iPad Pro 급)과 환경을 담당하는 R1 칩이라는 듀얼 칩 디자인으로 이 두개의 컴퓨터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이러한 하드웨어 성능은 R1칩이 거의 M2칩과 동일한 수준의 성능이며 전체 칩의 성능은 Macbook Pro 와 동일한 수준으로 생각됩니다. 이는 굉장한 성과이지만 동시에 Macbook Pro 노트북 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 헤드셋 외부로의 전원 공급 장치가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배터리 팩이 외부 유선으로 연결된 것은 최근 오큘러스 팔머 럭키 창업자의 인터뷰 영상에서도 언급되었지만 단순히 기능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애플은 비전 프로가 항상 외부 장치가 연결되어 있는 것을 사용자 기대치의 한계점으로 설정함으로서 향후 몇 세대에 걸쳐 헤드셋 안에 있는 많은 전자 장치를 외부로 이동시킬 수 있는 출구를 마련했습니다. 아마도 지금의 무게를 절반인 약 300그램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바람직한 방향의 최종 형태가 이미 시장에 나왔는데 그것은 Bigscreen Beyond 라는 스타트업 제품입니다. 빅스크린 비욘드는 127 그램으로 대부분의 스키 고글보다도 가볍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PC VR (항상 컴퓨터에 연결이 되어야 하는) 헤드셋입니다.
🥽 Bigscreen Beyond 제품 영상
빅스크린 비욘드는 헤드셋에서 거의 모든 센서 (외부 카메라, 시선 추적 장치 등) 가 제거되었기에 사실 같은 선에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제품을 통해 향후 VR 헤드셋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상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IMO: 이 부분은 팔머 럭키 인터뷰에서도 잘 언급되는데 팔머 럭키 역시 메타에 오큘러스를 매각한 후 한동안 메타에서 헤드셋의 프론트 부분에 배터리를 포함한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들면서 무게를 전면에 모두 쏠리게 하는 것에 대해 크게 반대하였다고 합니다. 내부 반발에 부딪혀 결국 애플과 같은 유선으로 배터리등의 장치를 외부로 빼는 디자인의 제품이 나올 수는 없었고 말이죠. 그리고 분명 지금도 VR 헤드셋은 선글라스 수준 까지 가볍게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었을 때 사용자의 기대에 맞는 기능을 다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가 있으며 물리적으로 영원히 선글라스 수준으로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지만 그보다는 약간 큰 정도까지는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애플이 이 부분에 대해 대중이 받아들일 정도의 크기를 그들만이 가능한 마케팅으로 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어요.
결국 어느 정도 까지 헤드셋에 있는 장치를 제거했을 때 사용자가 충분히 만족하는 기능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편의성을 갖출 수 있는지 우리는 아직 모르기 때문에 계속 이 VR 시장은 지속적인 실험을 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수많은 다양한 종류의 VR 헤드셋이 나올 것이라고.
저는 이 빅스크린 비욘드 를 보면서 애플 비전의 다음세대는 얼마나 경량화 될 수 있을지 기대치가 확 높아졌어요. 물론 아무리 가벼운 버전이 나온다고 해도 “응시 + 핀치“ UI를 위한 내부 시선 추적 센서와 손 추적을 위한 외부 카메라는 포기 할 수 없으니 한계가 있겠지만요.
소프트웨어 측면
4. 비전 프로는 흥미로운 앱이 너무 부족합니다.
애플은 VR업계의 예상대로 AR (증강 현실) 에 올인하고 있으며 지난 10년동안 VR 업계가 이뤄둔 것을 적극적으로 무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Vision Pro 의 마케팅 중심에는 “사용자를 주변 환경 및 다른 사람과 계속 연결하는 것” 이며 이 안에는 Meta VR 접근 방식은 인간을 고립화 시키고 있는 방식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때문에 기존 VR 의 몰입형 콘텐츠와 거리를 두고 있는데 이는 스스로를 빈 구석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으로 좋은 전략적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애플이 강조한 AR 앱은 풍성한가 보면 이 카탈로그역시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로 출시 되었습니다.
비전 프로 앱스토어는 완전한 몰입형 게임이 없습니다. 반면 오큘러스 퀘스트 카탈로그의 90% 이상이 몰입형 VR 게임입니다.
애플은 몰입형 VR 콘텐츠 개발자 커뮤니티를 활용하지 않고 대신 애플 iOS 생태계 개발자를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오랫동안 iPad & iPhone 을 위한 ARKit 이 존재해왔고 여기서 제한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를 활용해서 비전 프로에서 충분히 AR 용 앱들을 사전에 구축할 수 있었음에도 매우 초라한 AR 앱 만을 가지고 출시했습니다.
이는 기존 애플 개발자들에게 충분한 동기를 부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애플 비전 프로가 충분한 사용자 풀을 확보하기 전까지 (수년에서 아마도 10년 이상) 개발자들에게 재정적인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5. 생산적인 작업 공간으로서 사용성 테스트
오큘러스 초기부터 대규모 가상 디스플레이에서 2D 앱을 실행하는 것으로 부터 시작해서 작업과 협업이 가능한 3D 환경 구축 까지 “일의 미래” (Future of Work) 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VR이 해낼 것이라는 비전이 있었습니다.
IMO: 팔머 락키 오큘러스 창업자 역시 본인이 게임 애호가이지만 절대적으로 초기부터 오큘러스의 미래는 게임으로 한정하지 않았고 모든 컴퓨팅이 이뤄지는 공간이 될 것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어요. 이러한 비전은 사실 애플 만의 비전은 아닌 것이죠.
Meta 역시 2022년 퀘스트 프로를 발표했을 때 Horizon Workrooms 를 과대 광고의 대부분에 할애할 정도로 미래 업무 환경 구현에 진심으로 많은 투자를 했었습니다. 이 앱에서 VR 안에서 Mac 역시 사용 가능하고 최대 3개 가상 모니터 지원, 실제 키보드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부분 패스 스루 유사 기능 등도 지원했을 정도로 세부 사항에도 많은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퀘스트 프로는 오랫동안 착용해도 편안한 느낌이 드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설계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출시한 기기의 디스플레이 해상도가 VR 안에서 텍스트 가독성이 작업을 수행하기 충분한 수준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모든 컨셉은 무의미해졌습니다.
하지만 애플 비전 프로는 처음으로 이러한 텍스트 가독성과 함께 작업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환경이 구축된 제품입니다. 직접 100시간 이상 다양한 생산적인 작업을 비전 프로로 직접 수행해 보면서 “일의 미래”로서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특히 본인이 주요 작업 환경 3가지 (iPad Pro, 맥북, 맥 프로 + 2x XDR 외장 디스플레이 데스크탑 환경) 와 비교해 보았고 맥북 과 함께 할때 데스크탑과 같은 작업 환경으로 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맥북 가상 외부 모니터로서 활용이 아닌 스탠드 얼론으로서는 아직 준비가 안된 상태입니다.
아직 많은 iPad 앱이 비전 프로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주요 작업 흐름에 핵심인 앱들인 Chrome, Gmail, GDocs/Sheets/Slides, Asana 가 누락되었습니다.
텍스트 입력은 버그가 너무 많이 발생합니다.
안정적으로 작업 공간이 지속성 있게 유지되지 않습니다.
맥북 가상 모니터로서 활용할 때 역시 키보드 및 트랙패드 환경 전환 이슈, 아이트래킹 사용 불가 등 VisionOS 와 MacOS 간에 벽이 존재하는 문제가 있지만 이러한 문제는 MacOS 팀과 VisionOS 팀간의 내부 정치/협력 문제가 해결로 애플이 해결할 준비가 되어 있고 간단한 소프트웨어 적인 문제입니다.
IMO: 이부분도 그렇고 저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휴고바라가 소프트웨어 파트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바라본다는 느낌도 살짝 받았어요. 😭
6.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전프로로 영상 시청을 지속하지 않을 것
가상 현실에서 TV/영화를 보는 것은 메타 VR팀에서 이러한 용도를 위한 별도 제품인 Oculus Go 를 출시할 정도로 매우 관심을 가졌던 아이디어였습니다. 2018년 오큘러스 고는 출시 할때 Netflix 및 YouTube 와 강력한 파트너십을 확보하고 지원했음에도 진행했던 제품 중 가장 큰 실패를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사용 초기에는 완전히 매력에 빠져들지만 몇 주 안에 완전히 헤드셋을 버려버렸습니다.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TV 나 영화를 시청할 때 헤드셋을 쓰는 것은 그 자체로 머리와 얼굴에 가해지는 압력 때문에 편안하지 않을 뿐 아니라, 편안하게 앉거나 눕는 자세를 취할 수 없습니다.
비디오 시청을 하려고 마음 먹고 영상을 감상하기까지 헤드셋을 쓰는 것 부터 시작해서 성가신 UI 단계들 까지 많은 마찰이 발생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VR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고립되고 외로운 느낌을 들게 합니다.
메타 VR 팀은 미디어 소비가 보조 사용 사례에 가깝다는 결론을 빠르게 내렸습니다.
애플 비전 프로는 분명 더 마법 같은 영화 감상 경험을 선사하며 심지어 디즈니, 픽사 콘텐츠를 3D로 보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하지만 2D 미디어를 시청하는 것은 여전히 위와 같이 오큘러스 고에서 실패한 이유들과 동일한 이유로 결국에는 원래의 TV, 태블릿 또는 노트북을 사용하게 될 것 입니다.
Apple Immersive Video 는 가능성이 있지만 불편한 골짜기 문제가 있습니다.
2018년 Oculus Go 출시 당시 메타에서 가장 큰 베팅은 몰입형 180도 영상을 통해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일찍 부터 VR 영상 캡처에 특화된 미디어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확보했지만 초기의 흥분은 금새 식어버렸습니다. 대부분 낮은 해상도와 색감 문제 등 기대한 만큼 현실로 이동한 느낌을 만들어 내지 못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콘텐츠는 일회성이어서 지속적인 사용을 유도할 수 없었습니다.
애플 비전프로는 4K 화질처럼 느껴지는 180도 3D 비디오 재생을 지원하는 최초의 VR 헤드셋 입니다. 그리고 애플은 출시 시점에 이러한 형식을 지원하는 Apple Immersive Video (애플 비전 프로 용으로 제작된 Apple TV 단편 영화) 4개를 공개했습니다.
휴고바라가 비전 프로에서 가장 좋았던 경험은 바로 이 Adventure 를 본 것 이며, 지금까지 이 정도로 숨이 막힐 정도로 몰입감을 준 경험은 없었습니다.
두번째로 좋아하는 Apple Immersive Video는 Alicia Keys: Rehearsal Room 입니다.
클로즈업 VR 음악 공연 감상을 통해 Alicia Keys 를 보는 것은 재미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 한가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VR로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 가까이서 인간을 보는 것은 선을 넘는 느낌의 불쾌한 골짜기 (Uncanny Valley)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Seeing someone right in such close proximity to you and in such high fidelity may feel cool to one person but will feel uncomfortable or overwhelming to others. Less so in a scene like this intimate music concert or sports game, but probably a lot more so in dramatic storytelling and other types of more realistic films.
누군가를 매우 가깝고 자세하게 보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재미있는 경험일 수 도 있지만 매우 불편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음악 콘서트나 스포츠 게임과 같은 장면에서는 덜하지만,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 혹은 영화에서는 훨씬 그렇습니다.
오큘러스에서는 사람들이 불편하고 선을 넘은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어떤 선을 넘을 수 없는 지 실험을 실행했고, 이 실험의 결과 현실성과 묘사가 너무 충분한 경우 선을 넘으면서 불쾌한 골짜기 문제가 나타난다는 것 입니다.
아마도 아름다운 풍경, 야생 동물, 여행이나 음악과 같은 주제는 좋은 몰입형 미디어용 콘텐츠가 될 수 있지만 카메라가 사람들을 가까이에 있는 스토리 텔링 영화는 넘어야 할 불쾌한 골짜기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전통적인 영화는 스토리 텔링 형식 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애플에게는 초현실주의가 하드코어 팬에게 문제가 될 가능성이 훨씬 적은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라이브 스포츠 입니다.
7. 라이브 스포츠는 애플의 비밀 무기가 될 것 (하지만 긴 여정이 필요)
Oculus Go 출시 당시 NBA 코트 앞에서 VR로 라이브 농구 경기를 시청하는 30초 TV 광고 가 있습니다.
이 TV 광고는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고 판매에도 매우 큰 도움이 되었으며 하드코어 스포츠 팬들에게 잠재적으로 꽤 매력적인 카테고리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완전히 실현하지는 못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충분히 해당 시장을 개발할 인내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스포츠 리그 및 방송권 보유 협상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이지만 애플은 이를 해낼 능력이 있고 그러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Apple Immersive 방식의 경험은 하드코어 스포츠 팬들이 훨씬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하면서 4K TV와 경쟁에서 확실히 차별화 가능
Apple은 NextVR 인수를 통해 VR 방송 전문성 보유하고 있으며 라이브 비디오 제작 파이프 라인을 구축
Apple 은 MLS 라이선스와 여러 스포츠 리그 방송 권리 구매 활동을 하고 있음
한편 이를 충분히 실현하는 과정에서 긴 여정과 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것과는 별도로 두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라이브 스포츠는 매우 사회적인 경험: 마치 스포츠 경기를 동일한 장소에 있는 사람들과 보는 것과 같은 공동 시청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
제공하는 경험의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할 것: 대형 4K TV에서 보는 것보다 확실히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려면 스포츠 별 특성에 맞게 모든 것을 맞춤화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함
결론
결국 비전 프로는 반품하였으며 애플 비전 프로는 현재 개발자가 아닌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이유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고품질의 AR앱과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제공된 가치들도 모두 단기적인 것들 입니다.
유일한 성과는 맥북 외장 모니터로서 사용하는 것 뿐 이며 이는 그냥 하드웨어로서 주어진 지루한 기능일 뿐 입니다. 그럼에도 이 부분이 가장 설득력 있게 잘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은 단기적으로 (VisionOS 다음 버전 출시 등) 가장 초점을 맞추면서 개선되어야 할 부분 입니다.
추가: 애플의 VR 진출이 메타 VR 에게 최고의 순간인 이유
이 에세이 도입부에서 언급한 것처럼 Meta VR/Oculus 에서 가장 기대한 순간은 애플이 VR 산업에 진출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애플이 사람들이 정말 VR을 원하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VR은 모든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되기 전에 모두가 원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는 Meta 가 꿈꿔왔지만 자체적으로 결코 달성할 수 없었던 퀘스트 VR 에 있어서 최고의 마케팅 도구입니다. 애플 비전 프로는 VR 을 주류 관심사가 되도록 만들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VR 경험의 표준을 설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메타로서는 퀘스트의 가격대를 현재의 500달러 수준에서 최대 1,000~1,500 달러까지 상한선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이제 Meta VR 팀이 광적으로 쫓아갈 강력한 경쟁자가 만들어 졌고 회사 내 훨씬 긴박감을 가지고 움직이도록 거의 확실하게 강요될 것 입니다.
이것은 Meta 에 있어서 Android Moment 와 같습니다.
IMO: 저 역시 휴고 바라 처럼 Oculus DK1 출시 때 부터 구해서 테스트할 정도로 VR 산업의 가능성에 대해 기대치가 매우 높은 테크긱입니다. 그래서 당연하게 #애플 비전 프로 출시를 기대해 왔지만 막상 출시 후에는 VR 산업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기간 내 애플 비전 프로와 VR의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휴고 바라의 시선으로 바라본 애플 비전 프로를 살펴보면서 저는 다시 낙관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특히 생산적인 작업 환경으로서 향후 경량화된 애플 비전의 출시를 통해 충분히 대중성을 확보할 수 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개인적으로는 AR 앱 생태계에서 생산적인 작업과 관련된 카테고리 뿐 아니라 지식 정보 및 교육과 관련된 카테고리의 발전도 기대되구요.
또한 메타는 애플과는 정반대의 영역인 몰입도 있는 VR 콘텐츠 앱 들을 꾸준히 확보하고 기존의 하드코어 게이머 뿐 아니라 애플 VR 생태계에서 영감을 받으면서 보다 대중 친화적인 콘텐츠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UX 측면에서 애플과 같은 수준을 따라잡게 되면 메타 VR 역시 게이머 만을 위한 기기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애플은 생산적인 작업 지원과 미디어 감상용 으로 시작해서 콘텐츠를 늘려 나가고, 메타는 몰입형 콘텐츠 생태계를 기반으로 점차 대중성을 갖춘 UX를 갖추면서 각각의 코어 영역을 구축하고 서로의 장점을 흡수하면 VR 헤드셋의 메인스트림이 만들어 지는 미래가 상상되었습니다.
특히 메타가 회사명 처럼 정말 이 산업에서 리더가 될 수 있을지도 흥미롭게 지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편, 빅테크에서 그것도 그 회사의 이름을 바꿔 놓을 정도로 중요한 프로덕트의 리더였던 휴고 바라가 직접 이렇게 길게 비즈니스를 분석해준 덕분에 조금이나마 탑 레밸에서 비즈니스를 곁눈질 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하드웨어 측면과 소프트웨어 측면 등 여러 각도로 비즈니스를 살펴보면서 어떻게 기회를 찾아나가고 또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그 실패에서 무엇을 배우고 나아가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이 글을 읽고 이러한 #애플, #메타, #VR, #인공지능 등 테크 정보를 한곳에서 팔로우 하고 싶으시면 스닙팟 을 한번 확인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