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된 영화 ‘스와이프’!
영화로서는 실망이지만 B2C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추천 드려요.
틴더 (Tinder)는 아마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보이면 ‘오른쪽’ 으로 스와이프 해서 데이트 할 수 있게 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데이팅 앱 이죠.
그렇다면 2위는? 바로 범블 (Bumble) 입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은 틴더 초기 공동창업자 중 한명인 휘트니 울프 허드 (Whitney Wolfe Herd) 가 틴더 사내에서 성추행을 겪고 퇴사 한 후에, 경쟁서비스를 출시해서 2위로 올려놓았다는 것이죠.
아무리 본인이 세계 최고의 데이팅앱인 틴더의 공동 창업자 였더라도, 이미 데이팅앱은 유사한 기능을 가진 수많은 앱들의 격전지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후발주자로 다시 시작해 틴더를 위협하는 스타트업을 만들었다는 것은 제게 너무 흥미로운 사실이었어요. 그래서 이 사실을 가지고 20세기 폭스에서 릴리 제임스 주연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니! 너무 기대하고 있었는데 마침 2025.09 디즈니 플러스로 공개되었기에, 나오자마자 보고 오랜만에 블로그까지 작성해보았어요. 😎
영화로서는 실망할 수 있으니 기대는 내려놓으시라 😅
솔직히 말해 Swiped (2025)는 영화로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IMDB 평점은 현재 6.3 이구요. 아주 최악은 아니지만 분명 수작은 아니라는 해외 리뷰들이 많이 있었어요.
이 영화의 기본적인 골격은 휘트니 울프 허드 (이하 울프 허드) 창업가의 전기 영화인데요. 울프 허드는 올해 초 다시 범블 CEO 로 복귀했고 (창업 10년차인 2024.01 부터 약 1년간 CEO 사임했었음) 현재 내부 및 외부에서 여러가지 비판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범블 (Ticker: BMBL) 은 2021.02 나스닥 상장했는데, $76로 데뷔했어요. (당시 시가총액 한화로 10조 수준) 당시 울프 허드는 31세로 나스닥에 기업을 상장시킨 최연소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었죠. 하지만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타면서 현재는 $6.42 로 90% 이상 주가가 하락한 상황입니다. 🤯
이러한 가운데, 영화에서는 아직 현역인 울프 허드 CEO 를 “완성된 여성 리더” 로 보이게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온전히 그대로 바라보기는 어려웠어요. 아마도 영화 제작사측에서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고려했는지, 울프 허드라는 캐릭터를 최대한 실제 있었던 사건을 활용해서 표현하려고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전기 영화라면 한 인물에 대해 조금 더 감정적인 모습, 인간적인 모습도 잘 그려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그부분이 잘 느껴지지 않아서 상당히 애매한 영화가 되었어요.
아직 영화로서 시기상조가 아니었을까?
휘트니 울프 허드는 1989년생, 아직 30대 후반이고 ‘걸보스’ 로서 대외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대변하는 좋은 리더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리더인지 의구심을 가지는 눈초리도 꽤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영화를 있는 그대로 보기는 쉽지 않은데, 조금 급하게 영화가 제작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럼에도 제가 창업가로서 끝까지 보게 된 건, 현실적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씬을 잘 담았다는 부분에서 재미를 느꼈어요.
개인적으로는 저 역시 B2C 서비스 (snippod) 창업가이고, 매일 어떻게 유저를 유치할 것인지 고민 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분야에서 최근 실제 있었던 성공 사례를 영화로 볼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더욱 흥미롭게 볼 수 밖에 없었어요.
영화적으로 아쉬운 구간들
예고편으로 볼때는 틴더 이후에 범블 창업 스토리에도 꽤 초점을 맞출 것 같이 보였지만, 사실 영화는 절반 이상이 틴더 이야기이고, 후반부에서도 범블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이야기가 분산되면서 범블 창업 및 서비스 성장 스토리에 대한 비중은 적었어요.
그리고 사건 나열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영화 전체 흐름이 잘 조직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웠구요.
또한 스타트업 창업자로서는 스타트업 서비스의 탄생과정과 성장 과정에서 볼 수 있는 디테일한 사실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요. 이런 부분들이 영화적으로나 대중적으로 재미있는 요소로 보여질까? 싶은 의구심도 들었죠.
예를 들어 틴더가 초기 유저들에게 어필하는 포인트를 주인공이 잡아 내는 부분 (틴더의 고객에게 소구할 수 있는 포인트로 “거절 당할 두려움을 없애줍니다.” 를 짚어내는 부분. 유저가 왜 틴더를 써야 하는지 그 포인트를 짚어내고 이를 ‘스와이프’ 기능과 엮어서 설득력을 높힘.) 이 잠깐 다뤄지는데 이런 부분이 영화적으로 재미있게 받아들여졌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는 않은것 같아요.
이런 스쳐지나가듯 보여주는 구간들이 자주 있는데 분명 스타트업 하는 사람에게는 흥미로운 장면입니다. 하지만 일반 관객 입장에선 딱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는 내용들이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이 영화의 핵심 내러티브가 (스포라서 말은 아낌 😭) 스토리적으로는 주제를 잘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핵심 주제를 완전히 희석시켰어요. 그래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 자체는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힘을 잃어버립니다.
추가로 배운 것: 범블의 초기 마케팅
이 영화에서 '범블’ 이 성장하게 된 부분들은 너무 빠르게 축약되었는데, 저는 영화를 다 본 후 오히려 그 부분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졌을지가 더욱 궁금해 졌어요.
틴더 초기에 성장하는데 핵심이 된 마케팅 스토리는 이미 업계에서 꽤 회자가 되었기에 들어봤었지만, 이후 범블이 비슷하게 다시 같은 성공 방식을 했을까? 그리고 과연 그러한 성과도 복제가 가능했을까? 그런 의문들이 들어서 범블 초기 마케팅 사례를 찾아보게 되었구요.
마침 울프 허드가 범블 창업 비하인드 인터뷰에서 이런 멘트를 했더라구요. 기본적으로 틴더의 성공 방식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발전시켰다고 말이죠.
울프 허드:
틴더 출시 때부터 일종의 플레이북을 만들어 뒀어요. 아마 전에 한 번 해봤을 거예요. SMU (*울프 허드 모교)로 바로 돌아갔는데, 이번에는 노란색 옷을 입고 갔어요. 그리고 그 여학생 클럽들을 다시 찾아가 진심을 담아 말했죠.
들어보세요, 저는 남성 중심적인 관계의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겪어왔어요. 저도 느꼈고, 어떤 기분인지 알아요. 그리고 아세요? 그 여학생 클럽에 있는 다른 모든 여성들도 아마 그걸 느꼈을 거예요. 저는 진심을 담아 말하고, 그들에게 어떻게 힘을 얻고, 먼저 다가가서 원하는 것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희는 그곳에 가서 스티커가 붙은 피자 상자를 가져다가 [앱]에 가입하는 남학생들에게 피자 한 조각을 나눠줬어요. 쿠키를 범블 스티커로 포장하기도 했고요. 온갖 맛있는 것들을 가져다가 일종의 성장 해킹을 통해 성공을 향해 나아갔죠!
이런 “범블은 초기에 확장 불가능한 일을 했다” 는 사례들을 찾아 보게 되면서 스타트업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의 “Do things that Don’t scale (확장 불가능한 일을 하라)” 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었던 사람이 바로 울프 허드구나 싶었고 존경심이 들었어요.
또한 그로스 라이터 ‘Jaryd Hermann’ 가 쓴 범블이 수행했던 수많은 마케팅 액션들을 잘 정리한 블로그 포스팅 도 보게 되었는데요. (원글. 분량이 어마어마 합니다 😮) 여기서도 스타트업 B2C 마케팅을 시작하기에 너무 좋은 사례들이 한가득 있어서 배울 점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특히 제가 인상적으로 본 마케팅 인사이트
저는 마침 최근 데이팅 서비스를 여러가지 측면에서 고민 할 기회가 있었는데, 확실히 이러한 감성이 중요한 B2C 서비스는 그 무엇보다 브랜드 컨셉 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는데요.
마침, 동일한 인사이트를 김단테님이 번역한 ‘데이팅 앱 내부에서는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블로그 글에서도 찾을 수 있었어요. 데이팅 앱 내부자의 폭로?아닌 폭로에서 기본적으로 데이팅앱은 제품 측면에서는 결국 대동소이해지고, 차별화는 '마케팅 메세지’로 이뤄진다 는 언급이 있죠.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도 이러한 사실이 아주 잘 드러납니다. 소비자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브랜드 컨셉” 을 구축하는데 성공한다면 이 것만큼 B2C 서비스에서 중요한 해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사실 말이죠. 반대로 말하면 후발주자로 경쟁에 뛰어들었다면 차별화된 ‘브랜드 컨셉’ 을 어떻게 만들고 신뢰를 얻어낼 것인지가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합니다.
마치 범블이 기존 틴더의 약점이었던 ‘여성이 약자로 포지션되면서 소외되고 있다” 는 점을 제대로 공략하면서 빠르게 가장 빠르게 성장한 후발주자가 될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게다가 비즈니스 적으로도 기존 데이팅 앱이 가진 가장 큰 문제인 성비 불균형까지 해결하면서! 😮
제가 이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2가지
가장 인상적으로 생각한 두 가지만 정리해볼게요.
네트워크 효과는 초기 유저 확보 전략에서 부터 시작된다.
틴더가 남자 유저가 부족하면 여자 유저가 모이지 않고, 반대로 여자 유저가 없어 남자가 모이지 않는 닭과 달걀의 문제를 풀어낸 순간. 데이팅앱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죠. 워낙 유명한 에피소드였지만 영화를 보면서 다시금 그러한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걸 누구나 흉내 내고 싶어하지만 쉽게 할 수 없는 데요. 울프 허드는 이걸 범블에서 똑같이 재현해낼 수 있었다는 점도 감명깊었던 부분 입니다.
역시 단순히 아는 것 만으로는 흉내낼 수 없다!
브랜드 컨셉 하나가 곧 프로덕트다.
범블의 진정성이 통한 과정. “여성이 먼저 메시지” 라는 기능, 비즈니스 적으로 ‘여성 회원의 중요성’ 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여성 권한 강화” 라는 브랜드로 차별화 된 컨셉 구축! 3박자가 어우러지면서 지금의 범블을 만들었어요.
후발주자는 반드시 차별화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 솔직히 영화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B2C 스타트업 창업가 및 마케터에게는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이나 각종 영화 정보를 모아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스닙팟 (Snippod) 을 추천드려요~ 🥰
#스타트업: https://www.snippod.com/startup
#OTT콘텐츠: https://www.snippod.com/fltk




사실 이 영화 자체 보다는, 제가 고민하던 부분들이 영화에서 워낙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다 보니 느껴지는게 많아서 오랜만에 포스팅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영화리뷰로 쓰다가 스타트업 분석 글이 되어 버린 것 같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