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브라우저 시장은 현재 구글 크롬 세상입니다. 하지만 처음 모자이크 브라우저가 나온 후 30년 동안 브라우저의 근본적인 사용 방식에는 큰 변화가 없었어요. 그와 동시에 브라우저의 중요성은 날이 갈 수록 중요해지고 있구요. 브라우저의 사용시간이나 처리하는 페이지는 계속 늘어나 많은 사람들이 일명 탭지옥 (Tab Hell) 이라 일컬어 지는 문제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러한 탭 관리 방식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브라우저들이 쏟아져 나왔구요. 저는 그 중 스타트업 더브라우저컴퍼니 (the Browser Company)에서 만든 아크 브라우저 (Arc.net) 가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아크 브라우저는 사이드바 기반의 UX + 다중 스페이스 & 프로필 지원 + 힙한 디자인으로 기존 브라우저들과는 다른 이미지를 유저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했어요. 프로덕트의 퀄리티도 좋았지만 일부 사용자에게는 이 스타트업이 마치 넥스트 ‘아이폰’ 과 같은 혁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이라는 브랜드까지 구축했구요. 그래서 수많은 열성 팬이 생겨났으며, 저 역시 그러한 열성 팬 중 한명 입니다. 😅
무언가 ‘아크브라우저’는 사용하는 것이 자랑스럽고 주변에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그런 느낌이 생겼어요. 그래서 저도 스닙팟 내 #Arc Browser 팟 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관련된 정보를 포스팅하면서 더브라우저컴퍼니의 행보를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아크 액트2: 당신을 위해 찾아주는 브라우저
그리고 이런 핫한 스타트업 더브라우저컴퍼니 CEO 조쉬 (Josh Miller) 가 최근 (2024.02.01) 회사의 새로운 챕터인 Arc Act 2 “당신을 위해 대신 찾아주는 브라우저“ 를 선언했습니다.
위 영상에서 조쉬는 아크의 ACT2 발표와 함께 4가지 신규 기능을 소개했어요. 그래서 저는 후다닥 각각의 기능들에 대해 분석해보았습니다.
1. Instant Links
중개인을 넘어가세요.
검색 질의어를 타이핑 후 'shift + enter' 를 누르면 한번에 그 검색어를 대표할만한 웹 페이지 1개 이상을 탭으로 띄우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1개의 웹페이지. 질의어에 따라 AI가 알아서 2개이상을 띄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videos of steve jobs unveiling the macintosh, ipod, iphone and ipad“ 라고 입력 하고 “shift+enter” 를 입력하면 AI가 알아서 이 질의는 4개의 웹페이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빠르게 스티브 잡스의 매킨토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각각의 키노트 유튜브 영상을 4개의 탭으로 띄워 줍니다.
현재 아크 브라우저에서 바로 적용된 기능이어서 Mac 사용자면 바로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기능입니다. 당연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질의어에 대해 적절한 1개의 웹페이지를 여는 방식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체감적으로 구글 검색 최상단에 뜬 링크를 굳이 ‘구글’ 검색 페이지를 거치지 않고 바로 띄워주는 기능이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이 기능, 고도의 개발이나 AI 도움 없이도 브라우저에서 충분히 적용 가능한 기능이죠. 더브라우저컴퍼니는 이 기능이 그동안 다른 브라우저에 없었던 이유는 구글과 같은 검색 중개인을 뛰어 넘고 바로 결과로 가는 것이 검색엔진 수익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런 기능이 그동안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어요.
직접 사용해본 느낌은 매우 간단한 기능 이면서도 특정 검색 질의어에서 정말 유용했어요. 아직 한글 검색 결과를 잘 띄워주지는 않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지만요. 간단한 UX 만으로 이런 편리함을 준다는 점은 역시 아크 브라우저 만의 시도 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구글 첫화면에 있는 “I’m Feeling Lucky” 버튼이 있는데 거의 유사하게 작동함에도 저는 한번도 제대로 사용해 본적이 없다는 것이 떠올랐어요. 특정 질의어에서만 유용한데 그런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번 발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기능은 다음 소개할 ‘Arc Explore’ 인데요. 이 기능에서는 #RAG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검색증강 기술이 들어갑니다. 기술적으로 이 Instant Links 기능은 이 RAG 기술을 활용한 기능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 Instant Links 기능 어쩌면 본 편인 ‘Arc Explore’ 의 맛보기 같기도 합니다.
2. Arc Explore : Browse for you
인터넷을 당신에게 가져오세요.
본 발표의 사실상 핵심. 일명 ‘Browse for you’ 라고 설명 되는 기능 입니다. 특정한 요청에 대해 LLM 을 이용해서 정답에 가까운 결과 페이지를 생성합니다. 단순히 ChatGPT 처럼 설명이 아닌 잘 요약 정리된 노션 페이지 같은 느낌의 정보를 생성하구요. 심지어 요청 유형에 따라 적합한 CTA (행동 유도) 버튼까지 제공됩니다.
예를 들어 “2인용으로 lillia llama 혹은 kings imperial 예약“ 을 요청하면 질문에 맞는 (이경우 뉴욕에 있는 레스토랑 등) 추천 장소들에 대한 요약과 더불어 해당 레스토랑을 바로 예약할 수 있는 버튼이 생성됩니다.
또한 한번의 결과로 끝이 아니고 계속 후속 질문을 던지면서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습니다. 이 결과는 기존 생성형 AI 검색 (구글 바드, 빙, 네이버 클로바X, Perplexity) 와 비슷한 과정이라고 느껴졌지만 차이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바로 응답 포멧인데요. 기존 챗봇형 AI 검색 결과는 문장 형으로 서술해주는 방식입니다.
아크 익스플로어 결과는 단답형으로 또 필요에 따라 목록형 결과를 생성 합니다. 긴 문장을 읽는 것 보다 확실히 한눈에 파악하기 쉽게 잘 요약해주는 것 같아요.
이 기능은 아직 개발 중이고 정확히 언제 런칭할지는 발표하지 않았어요. 모든 질의어를 커버하는 기능으로 만들기에는 범위가 너무 커서 인지, 데모에서 보면 주로 책 추천, 요리 방법, 영화 추천, 레스토랑 등 특정 아이템 (각 카테고리 별로 예약 등 유명 웹서비스로 바로 넘길 수 있는) 과 연관된 검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3. Browse for Me
Arc Search on iPhone
몇일전 배포된 신규 아이폰 전용 아크 브라우저 앱 ‘Arc Search’ 입니다. (아크 서치 앱스토어 Link)
브라우저임에도 앱 이름에 ‘Search’ 를 붙였을 정도로 브라우저 보다는 ‘검색’ 에 방점을 둔 앱 이구요. (CEO 조쉬는 “Search” term 을 언젠가는 제거 할 거라고 합니다.) 이 앱은 기존 브라우저와 다르게 UX 자체를 빠르게 검색하는데 특화시킨 모바일 브라우저 입니다.
그리고 이 앱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은 “Browse for Me” 인데요. 그냥 검색어를 입력하면 구글 검색 결과페이지로 이동하지만 “Browse for Me” 버튼을 누르면 LLM 인공지능이 그 검색어에 적합한 생성 결과 페이지를 제공합니다.
네, 사실 이 기능은 위 Arc Explore 의 모바일 버전 이죠. 아마도 추후에 보다 고도화된 Arc Explore 가 정식 출시할 때 (Explore 도 사실 확정된 네이밍이 아니라고 합니다.) 기존에 이미 출시한 이 기능의 업그레이드로서 소개하지 않기 위해 별도의 기능처럼 소개한 것 같아요.
아무튼 ‘Browse for Me’ 는 아이폰 앱에서 지금도 바로 사용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모바일 디폴트 브라우저를 아크 서치 앱으로 설정하고 매일 꾸준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Browse for Me’ 는 제가 기대 한 것보다 훨씬 잘 작동한다고 느꼈어요. 핵심이 되는 내용만 잘 요약한 메모를 받아 보는 기분이 들구요. 스크롤 하면 계속해서 예상되는 후속 질의와 그에 대한 추가 정보를 하단에 붙여주는데 검색의 미래가 확실히 AI에 있구나 하는 믿음이 생겼을 정도였습니다. 🤩
물론 모든 질의어에 대한 결과가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닙니다. 정보의 근거가 되는 웹페이지 링크가 잘 나열되지만 그럼에도 할루시네이션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구요. 특히 질의어와 관련된 문서를 가지고 와서 요약하는 것이라 부정어 (~가 아닌, ~가 없는 등)가 섞이면 잘못된 답변이 생성되기도... 🥲
4. Live Folders
키보드에서 손 떼세요.
라이브 폴더는 RSS 리더 처럼 작동하는 폴더입니다. 이 기능은 2월 15일 출시 예정으로 어느정도 AI가 관여하는지는 조만간 출시되면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는 자동으로 지정한 키워드에 대해 새로운 정보가 있는지 체크해주는 기능입니다.
RSS 를 지원하는 블로그의 경우 새글이 올라오면 알아서 해당 글이 탭으로 생성되구요. Linear, Github 와 같은 서비스의 경우 서비스에 따라 적절한 신규 Task, Notification 정보가 탭으로 생성되는 기능이어요. 이 기능은 개별 서비스에 따라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한 기능 입니다.
이 기능에 대해 저는 설명만 들었을 때는 딱히 대단한 기능도 아니고 필요성도 체감이 되지는 않았는데요.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에게는 확실하게 와닿는 기능인 듯 도 합니다.
AI 가 브라우저와 검색을 하나의 인터넷 프로덕트로 융합시킬 것
이번 더브라우저컴퍼니의 ACT2 비전 선포는 “인공지능” 이 아크 브라우저의 미래 임을 명확히 했어요. 조시는 아크 초기 부터 지속적으로 유저에게 ’인터넷 컴퓨터' 라는 비전을 이야기 했는데요. 이것은 단순히 웹페이지를 보는 유틸리티 로서의 '브라우저' 가 점차 앱을 구동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인데요. (“videofile_ : the internet computer“)
그래서 일부 아크 팬들 사이에서는 Arc Browser 가 Chromium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ChromiumOS 를 통해 OS로 발전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었어요. 더버지 기자도 혹시 아크가 최근 CES 에서 소개된 Rabbit R1과 같은 방향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구요. 그런데 이 방향은 이미 구글이 Chrome OS 그리고 크롬북을 통해 10여년전 부터 해왔던 시도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번 선포를 보면서 아크는 OS 와 같은 하드웨어와 밀접한 방향으로의 결합 보다는 서비스및 콘텐츠 (검색, 웹페이지 그리고 결국 유저) 와의 결합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사실 그동안 Arc Browser 의 업데이트를 보면 어떻게 최종 유저의 경험을 더 좋게 할지 집요하게 파고 들면서 유저 친화적인 브라우저를 만들지를 최우선으로 고민하는 스타트업 이었으니까 이는 당연한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보다 더 ‘인터넷 컴퓨터’ 에 가까워 질 것인가? 이에 대한 조쉬의 대답은 브라우저와 검색엔진, 그리고 웹페이지 라는 3가지 인터넷 구성요소의 결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합의 키는 “인공지능”에 있었구요.
더브라우저컴퍼니는 이사회 미팅까지 유튜브에 올릴 정도로 투명하게 스타트업의 방향과 진행과정을 공개하는 스타트업으로 유명한데요. 그래서 저도 꾸준히 더브라우저컴퍼니의 발전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어요. 조쉬는 ChatGPT 등장으로 시작된 LLM 혁명을 접하기 전부터 ‘인터넷 컴퓨터’라는 비전을 이야기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비전을 현실화 하는 과정에서 이번에 인공지능이 핵심이라는 점이 명확해져서 약간 당황스럽기는 했어요. 왜냐하면 ‘인터넷 컴퓨터’로 아크 브라우저가 발전할 거라는 강한 비전을 이야기한 초기에는 분명 인공지능을 고려한 것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팬으로서 더브라우저컴퍼니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비전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구나 싶어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ACT2 선언에 대해 아크의 팬들이 포진한 r/ArcBrowser 서브레딧 에서도 이러한 아크의 행보와 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추는 기능 업데이트에 대해 아쉬워하는 반응들도 상당히 많았어요. 물론 저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ACT2를 선언이나 업데이트 기능들이 매우 옳은 방향으로 생각합니다. 😅
키워드 검색이 중심인 인터넷 시대는 저물고 있어요.
저는 지금의 구글 키워드 검색이 인터넷의 중심인 시대는 저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CNBC 에서도 “Is this the end of Google Search?” 라는 타이틀로 10분 이상 뉴스를 방송했는데요. 이 뉴스에서 Perplexity.AI 와 함께 아크 서치를 소개하고 조쉬를 인터뷰 했어요.
👉 관련 영상 소개 Snip Link
확실히 더브라우저컴퍼니는 넥스트 인터넷 시대를 노리는 스타트업으로서 테크업계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회사가 충분히 설득력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계속해서 아크 브라우저의 행보를 주목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혹시 이 글을 읽고 저처럼 계속 아크의 행보에 관심이 생기셨다면 스닙팟 앱 에서 #Arc Browser 팟 을 팔로우 해주세요~
아크에 진심이시군요!!
사실 생성형 AI 검색은 광고를 패스하는 것 뿐 아니라, 웹페이지 방문을 안하게 만드는 문제로 여러 우려사항이 많은데요. 저 역시 이부분이 신경쓰이는 데 조쉬는 더버지 팟캐스트 기자와의 인터뷰 에서 이부분에 대해 언급했던 부분도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조쉬는 무조건 유저 중심 이라서인지, 그에 따라 얻는 이익은 다수이고 손해를 보는 측은 소수라고 보기 때문에 어떤식으로든 다수가 더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가면 당장에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에 대해 어쩔수 없다? 는 입장이었어요. 흠...
이에 대해 저는 약간 다른 생각이긴 합니다.